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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없는 것 들킬까봐…“다 쓴 기프티콘 구한다”는 중학생

입력 | 2021-08-13 11:37:00

사연 알게된 고3, 편지·케이크 등 선물



중학생이 당근마켓에 올린 글.


친구가 없는 사실을 부모가 알아차릴 것을 걱정해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용 불가능한 기프티콘을 구한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에게 선물을 건넨 고등학생의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여고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뜻깊은 생일 선물을 건네게 된 과정이 올라왔다.  

그에 따르면 지난 7일 동네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다 쓴 기프티콘이라도 주세요. 엄마·아빠한테 친구 없는 것 들키기 싫어요. 다 쓴 것이라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여고생은 왜 하필 ‘다 쓴’ 기프티콘이 필요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두 사람이 나눈 채팅창에서 14살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엄마는 (내가) 친구 많은 줄 아는데 솔직히 친구가 많이 없다. 엄마·아빠 실명시켜드리기 싫다”고 답했다.  

사용이 불가한 기프티콘이라도 받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여고생이 중학생에 건넨 편지와 선물. 커뮤니티 게시판


사연을 알게 된 여고생은 자신이 중학생의 친구인 것처럼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는 ‘사랑하는 내 친구 **에게’라고 적은 편지에 ‘친구가 많고 적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네가 이 편지를 받고 좋은 하루됐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여고생은 “편지지도 없지만 나름 어린 친구처럼 글씨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노력을 가하면서 제가 해야 할 말을 전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케이크와 숫자 초, 꽃 한 송이 등을 구매했다. 이후 중학생이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가 선물을 전해줬다고 했다.

이어 “고3이라 크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 친구가 생각하기에 기억에 남는 생일이 됐으면 한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은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졌다. 두 사람의 사연에는 “여고생 마음이 너무 예쁘다” “남학생도 여고생처럼 베푸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아직 세상 살 만하다. 미래가 밝은 듯. 울컥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일부는 남학생에게 직접 “생일 축하한다”면서 사용하지 않은 기프티콘을 보낸 인증사진을 남겼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