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16인 슈퍼악당들의 좌충우돌 미션 전작보다 재미-액션 두배 ‘장착’ 감독 “한국영화에 영감 많이 받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교도소에 수감된 슈퍼빌런들의 활약을 다룬다. 왼쪽부터 릭 플래그 대령(조엘 킨나만), 피스메이커(존 시나), 할리 퀸(마고 로비), 씽커(피터 카팔디),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X’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답게 잔인하고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제임스 건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오리지널 코믹북의 팬으로, 안티히어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다르거나 튀는 사람들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을 구제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로부터 영화 제작의 전권을 받은 그는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비슷한 캐릭터와 반전을 사용하는데 다른 개성을 살리려 애썼다”고 밝혔다.
지나가는 캐릭터에게도 이야기와 변주가 있다. 쥐를 다루는 능력을 가진 랫캐처 2(다니엘라 멜키오르)는 코믹북에 정식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아버지 랫캐처의 서사를 가져가는 동시에 본인의 부드러운 면을 함께 보여줄 수 있게 만든 새 인물이다. 킹 샤크는 본래보다 더 통통하게 그려져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거대 괴수인 ‘스타로’도 DCEU(DC 확장 유니버스)에 처음 등장한 빌런으로, 제임스 건이 코믹북 팬에게 주는 선물이다.
많은 캐릭터로 산만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아주는 건 제임스 건만의 유쾌함이다. 몇몇은 등장과 동시에 죽는다. 예측불허 상황에서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 가슴을 졸이게 된다. 힘겹게 살아남은 캐릭터들은 ‘누가 더 힘이 세나’ 따위를 두고 옥신각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철저히 단결한다. 찢기고, 터지고, 잘리는 폭력적인 묘사가 난무하지만 폭소가 터지는 이유다.
제임스 건은 “어떤 캐릭터를 넣을 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했고, 캐릭터의 이야기가 없다면 바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DC코믹스의 슈퍼 빌런들을 모두 나열한 뒤 조합해갔다. 가장 무용해 보이는 폴카 닷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에게는 의외의 능력과 비극적인 전사를 줬다. 가장 악해 보이는 피스메이커에게는 그와 맞붙을 만한 암살능력을 가진 블러드스포트를 배치해 케미스트리를 이뤘다.
제임스 건은 현재 피스메이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드라마 시리즈를 만드는 중이다. “최악의 캐릭터이지만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그의 서사를 풀어보려 한다”는 후문이다. 촌스럽다는 평을 받으며 오랫동안 고전했던 DCEU에 활력을 불어넣은 제임스 건. 그는 “평소 장르 혼합을 잘하는 한국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 개봉 때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