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김현영, 홍석남 씨 부부. 두 사람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직접 모은 후원금으로 건물을 지었다.
예비 부부가 신혼 여행지를 고른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골목 구석구석 예쁜 카페가 즐비한 프랑스 파리? 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동남아 풀빌라?
이 부부의 선택은 좀 특이했다. 인도, 아프리카, 남미를 돌아다니며 빈민촌 아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했다. 5개월간의 해외 봉사활동 경험을 다룬 에세이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키효북스)를 최근 펴낸 김현영(32·여) 홍석남(38) 씨 부부 이야기다. 김 씨는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처음에는 둘 다 퇴사하고 세계여행만 다니려고 했다. 조금 색다른 경험으로 중간에 2주 정도만 봉사활동을 해보려고 했는데 계획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부부는 그해 7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보육원으로 향했다. 상황은 인도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에서 50여 명의 아이들이 시멘트 바닥에 앉아 공부했다. 부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을 주자”는 호소에 친구들은 물론 지인의 소개를 받은 이들까지 힘을 보탰다. 그렇게 모은 700만 원으로 식량을 사고 화장실을 새로 지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와 한글도 가르쳤다. 김 씨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3개월간 탄자니아의 아이들을 내 조카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현실에 놓인 아이들과 지내면서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됐죠. 고생하면서 부부끼리 동지애가 생긴 건 물론이고요. 제가 살면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일입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