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승조원 ‘피가래’ 논란에 국방부, 예고없이 7명 뽑아 인터뷰 “첫 감기환자 10여일 만에 격리”… 文대통령, 8일만에 SNS 사과 “세심하게 못살펴 송구한 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에서 전 승조원 대상 유전자증폭(PCR) 검사 이후에도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여 유증상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등 함정 내에서 혼란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부대 34진 간부 A 씨는 23일 국방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을 때 15일 PCR 검사 뒤 결과가 (한꺼번에) 다 안 나와 누가 양성이고 음성인지 몰라 한 번도 안 아팠던 사람들을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의무실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약을 안 먹은 사람들은 비확진자로 판단해 화생방 구역으로 완전 격리시켜 못 나오게 하고 청소와 근무 등을 증상을 앓았던 확진자들이 주로 했다”는 것이다.
첫 감기 환자가 나온 뒤 10여 일 만에야 격리를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감기 증상자가 늘어나자 합참에서 PCR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이때 최초로 검사를 실시해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격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침실은 많게는 36명이 함께 쓴다”면서 “화장실 시간을 나눠 썼지만 바이러스가 남아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병사 C 씨는 “좁은 샤워실 2개, 대변기 2개, 소변기 1개가 마련된 화장실을 30명이 함께 사용했다. 거리 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감기로 판단해 3일 정도 지난 후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격리가 해제됐다. 조리원들도 일주일 뒤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요리를 했다”고 전했다.
증상을 호소한 승조원들은 의무실 병상이 부족해 침대를 돌려썼고 약도 모자랐다. C 씨는 “수액 환자를 수용하는 데 의무실 병상은 3개뿐이었다. (점점) 기침약 등이 부족해졌고 나중엔 타이레놀뿐이었다”고 말했다.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조리원이 많아지자 승조원들은 이틀간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간부 D 씨는 “지휘관과 부함장도 (격리된 채) 무선으로 지시했고 함장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면서 “배를 두고 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병사들과 간부들끼리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면서 울었다”고 했다.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승조원의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온 국방부는 이날 장병들이 피가래를 토하며 버텼다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되자 예고 없이 인터뷰에 나설 간부 3명, 병사 4명을 선정했다. 관제(官製) 인터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뷰에 응한 병사들은 피 섞인 가래가 나온 인원이 있지만 “피가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일부 언론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국방부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