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한밤중 나를 깨워/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등목을 청하던 어머니,/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우물가에서 펌프질을 하며/어머니의 등에 기어다니는/반짝이는 개미들을/한 마리씩 한 마리씩 물로 씻어내던 한여름 밤 (후략)
―박형준(1966∼ )
요즘은 카톡을 시작할 때 ‘이 더위에 잘 지내십니까’라고 인사한다. 메일에서 끝맺음 인사를 할 때도 ‘더위에도 건강하시길’ 덧붙인다. 적어도 말복 때까지는 ‘덥다, 더워’라는 말이 내내 입에 붙어 있을 예정이다.
너무 더운 한여름이라는 사실은 박형준의 시를 읽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리의 여름은 아름답지 못하나 그의 여름은 아름답다. 친구도, 여행도, 만남도 사라진 우리의 여름은 허전하지만 그의 여름은 신의 축복을 가득 받은 듯 충만하다. 에어컨 바람 밑에서도 답답하다면 이 시를 읽어 보자.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함과 뿌듯함을 찾을 수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