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거리두기-인원제한에 골프-자전거-서핑 등 즐기며 휴가 보내려는 젊은층 크게 늘어 “운동이 목적, 여행은 덤으로” MZ세대 건강관심 커진것도 한몫
“이번 휴가엔 ‘득근’하러 갑니다.”
휴가철 늘어지게 쉬며 놀고먹기엔 좀이 쑤시는 신인류가 등장한 걸까? 휴가 중에 운동도 살짝 곁들이던 이들과도 뭔가 다르다. MZ세대에겐 휴가를 바쳐 운동에 매진하는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 익숙하다. 득근(得筋·근육을 얻는다는 뜻의 은어)을 휴가의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다.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와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방점은 ‘휴가’보다 ‘스포츠’에 찍힌다. 휴가지, 숙소, 일정, 예산도 모두 즐기려는 스포츠에 따라 결정된다. 휴가 동반자 역시 같은 운동을 즐기는 동료가 된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종목은 골프, 헬스, 서핑, 자전거, 테니스 등 다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홀로 또는 소수 인원이 즐기는 종목이 많다. 해외여행에 제약이 생기고,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을 피하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스포츠케이션 붐을 키우고 있다.
MZ세대에는 즐기는 운동에 맞춰 휴가 계획을 짜고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이들이 많다. 강원 속초시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즐기는 여성, 권수정 씨 제공
친구들과 7월 말 전북 고창으로 휴가를 갈 예정인 김학영 씨(28)는 “요즘은 휴가 때 운동을 하고 덤으로 여행도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마침 고창에 가본 적이 없어 골프를 마치고 시간이 되면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행 중 동선을 최소화하고 보다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스크린골프 시설을 갖춘 ‘스크린골프 펜션’도 인기다.
제주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 김서프제주 제공
서울에 자리한 호텔의 피트니스센터. JW메리어트 제공
스포츠케이션의 인기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권 씨는 “코로나 이전 운동과 휴가는 별개였다. 앞으로는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았다는 심리적 보상감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하기 위해 스포츠케이션만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해외여행을 못 가니 의도치 않게 잉여자금이 생겼다. 평소에 즐기기 힘든 스포츠와 건강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