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월 프로농구 SK의 새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48)이 팀 변화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방향을 따라갈 계획도 세웠다. 전 감독은 SK에서 2군 감독과 전력분석을 2년, 코치를 10년 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바꿔야할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14일 만난 전 감독은 “좋은 옛 집의 터를 문경은 전 감독과 함께 파고 골조도 짰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니 낙후된 데가 있다. 진단을 다시 잘 해서 깨끗하고 튼튼한 집으로 바꾸는 게 내 임무”라며 “팬들이나 언론 등 외부에서 잔소리를 덜 듣는 게 1차 목표”라고 콕 짚어 말했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활발한 소통, 끈끈한 팀워크’로 바꿨다. 전 감독은 “외부에서 잔소리를 덜 듣는다는 것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내부에서 코치, 트레이너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막히는 부분을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주전들의 부상율을 최대한 낮춘다는 것을 전제로 공격에서는 속공과 지공 사이 중간 단계 템포 공략, ‘세컨드 브레이크’(1차 속공이 저지된 후 이뤄지는 빠른 2차 속공)을 밑바닥부터 세밀하게 다듬을 생각이다. 속공이 실패하고 다시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외곽으로 빠져 나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3점 슛의 정확도가 높은 슈터 허일영을 오리온에서 영입한 것도 2차 속공의 다양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해보고 싶었던 공격 농구 스타일이다. 전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농구가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공과 선수가 멈추는 농구가 아니라 계속 돌아가는 농구다. 가드 토니 파커를 중심으로 ‘세컨드 브레이크’를 끊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하는 스타일의 농구”라며 “분명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또 대처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수비는 새로 맡은 팀처럼 약속된 틀을 여러 개 만들어 수비 조직력이 느슨해질 상황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전 감독은 “미리 약속된 패턴에 대해 충분한 훈련이 돼 있으면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못을 따질 일이 없다. 수비에 대해선 연습에서 120% 효과가 나는지 확인할 것이다. 우리끼리의 연습에서도 수비가 통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쓸 수 없다.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다른 타이트한 수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5명 전원이 수비에서 신이 나 공격에서도 코트에 발 붙일 틈이 없이 뛰는 농구. 마치 ‘에어 희철’ 아바타 5명이 뛰는 듯한, 전 감독이 꿈꾸는 행복 농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