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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에 ‘대담한 역할’ 주문한 文, 투자 걸림돌부터 없애줘야

입력 | 2021-06-03 00:00:00

4대 그룹 대표와 인사 나누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 그룹 대표와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처음이다. 왼쪽부터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해 주신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맞춰 4대 그룹이 44조 원의 대미 투자를 결정함으로써 안보·대북 문제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에 도움을 준 데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서도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한국에 대한 투자는 줄거나 일자리 기회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대기업이 앞장서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이 동반 진출하고, 거기에 우리의 부품 소재 장비가 수출돼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미 투자계획을 밝힌 4대 그룹 관계자들을 호명하며 ‘생큐’를 연발했지만 국내 일각에선 “양질의 일자리 수만 개를 미국에 뺏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걸 의식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고, 자국 생산제품 구입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대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수록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어 기업들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게 사실이다.

또 최태원 SK 회장 등이 에둘러 건의한 이 부회장 사면 건과 관련해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던 지난달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최첨단 공정의 경우 투자 단위가 10조 원대인 반도체의 경우 총수의 오랜 부재는 투자 실기(失機)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잘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곧 ‘국력’이란 점을 실감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느꼈다면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국내 토양을 만드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경직적 주 52시간제 수정,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등 실질적 제도 개선과 지원책으로 대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도 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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