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당내 대선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계의 당권 장악 논란이 제기되면서 후보간 막말 수준의 공방이 벌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승민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7일 “탐욕스러운 선배들을 심판하겠다”고 했고, 주호영 의원 등 중진들은 “찌질한 구태정치를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8명의 후보 중 5명을 추려내는 1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는 이날 예정됐지만 일반 여론조사 진행이 지체돼 28일 오전 8시로 연기됐다.
● “탐욕스런 선배들 심판” vs “구태적 분열 정치“
동아일보 DB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4선 나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작당했다”고 주장한 5선 주호영 의원을 겨냥한 것. 이 전 최고위원은 떠 “미래와 개혁을 주제로 치러지던 전당대회를 당직 나눠먹기라는 구태로 회귀시키려는 분들, 크게 심판 받을 것이고 반면교사의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승민계 김웅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륜을 강조한 중진 후보들에 대해 “패배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뽑아낸 수준 낮은 불안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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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인물을 적대시하고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원인”이라며 “듣기에 섬뜩한 표현들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받아쳤다. KBD 라디오 인터뷰에선 “특정 계파가 특정 대통령 후보를 밀고 있다면, 다른 후보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들어올 수 있겠느냐”며 유승민계를 다시 조준했다.
● ‘역선택’ 경선룰 논란 속 컷오프 발표 연기
동아일보 DB
앞서 하태경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물은 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추출하는 방식에 대한 변경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 추가 샘플을 채우느라 컷오프 여론조사가 지체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선택 조항 때문이 아니라 젊은 세대 응답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역·연령별 여론조사 샘플수를 전국 인구수 대비가 아닌 당원 비율에 따라 할당한 데 대해 “호남과 청년을 사실상 배제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선룰 변경을 논의하자며 황보승희 의원 등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이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며, 이미 경선이 시작된 마당에 경선 룰을 바꾸는 건 특정 후보 편들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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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