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한국 쌀로 3년간 아프리카 900만 명의 굶주림을 해결하다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난민들이 줄을 서 한국 쌀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케냐에서는 카쿠마 등 2개 난민캠프에서 주식 및 학교 급식용으로 한국 쌀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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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오르는 에티오피아 베할레 난민캠프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에서 공수된 쌀을 배급받는 날. 태극무늬가 선명하게 찍힌 쌀 포대를 당나귀 등에 옮겨 싣느라 바쁜 난민 케디야 씨(여)는 “25kg을 배급받았다”며 “우리 가족 2주 치 식량”이라고 말했다.
쌀 전달에 관여했던 세계식량계획(WFP) 현지 사무소 관계자는 “케디야 씨가 ‘하루에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하기도 힘들었는데, 쌀을 받게 돼 눈물이 날 것처럼 기쁘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해 유엔 산하 WFP를 통해 쌀을 원조하기 시작했다. FAC의 1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은 2018년부터 매년 460억 원 상당의 쌀 5만 t씩을 에티오피아, 케냐, 예멘, 우간다 등 아프리카 4개국에 무상 지원해 왔다. 쌀 5만 t은 현지에서 연 300만 명에게 3개월분 주식으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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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조 전문가들은 한국 쌀이 수혜국의 영양 균형에 기여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존에 WFP가 공급하던 주식은 밀가루, 수수, 옥수수 등 서구형 곡물이 대부분이었다. 2018년 WFP가 실시한 에티오피아 327개 수혜 가구 설문조사에서 9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이름 난 한국 쌀(자포니카)은 돌이나 이물질이 섞여 있지 않아 조리가 간편하고 현지인 입맛에도 맞는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은 2018년 쌀 원조 이전부터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저개발국의 식량 위기 타개에 기여해왔다. ODA는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을 계기로 농업기술 전수, 수자원 인프라 구축, 가축 질병 대응 등 근본적인 방식으로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에티오피아의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 수십 년간 어렵게 옥수수를 재배하며 살아온 테스파네 말리 씨(30대)는 “한국이 관개 시설을 구축하고 기자재를 지원해준 덕분에 연간 3000m²의 밭에서 생산한 옥수수가 1000kg에서 2000kg으로 늘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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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300만 명(3년간 900만 명)의 난민 및 강제 이주민 지원
이 밖에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계해 우즈베키스탄에 저장유통 시설 유리온실 등을 지어주는 K시설농업 지원, 베트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가축질병 진단 기술 전수 등도 ODA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상만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우리나라는 한 세대 만에 식량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모범 국가”라며 “앞으로도 유엔의 기아종식(zero hunger) 목표 달성을 위해 개도국에 대한 식량원조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