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썩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온도 조건 등 까다로워 활용도 낮아 최근 물만으로 상온서 사라지거나… 효소로 빠르게 분해하는 기술 개발 2025년 관련 시장 2배로 성장 예상… 상용화 위해 전용매립장 만들어야
이에 과학자들은 막대한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 특히 썩거나 녹아 없어져 친환경적인 이른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
○까다로운 분해조건이 활용에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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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쓰는 제품들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처리 조건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썩으면 미세플라스틱을 만드는 원인이 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다른 플라스틱을 오염시키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효소 이용 퇴비화 촉진 기술 개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왼쪽 사진)은 땅에 묻고 따뜻한 물만 부어주면 상온에서도 일주일 만에 80%가 사라진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공
쉬팅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스틱은 땅에 묻고 따뜻한 물만 부어주면 상온에서도 일주일 만에 80%가 사라진다. 물의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분해 속도는 빠르다. 온도를 50도까지 올리면 6일 이내 완벽한 분해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제작 단계에서 PLA를 잡아먹는 효소를 넣었다. 효소가 따뜻한 물에 노출되면 PLA의 단단한 구조를 풀어줘 분해가 더욱 빨리 일어나게 하는 원리다.
알랭 마르티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연구원팀은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를 10시간 안에 90% 이상 분해하는 획기적인 효소를 발견해 지난해 4월 네이처에 공개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플라스틱 병 하나를 분해하는 데 며칠씩 소요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발견된 효소는 현재까지 보고된 어떤 효소보다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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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조 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3억5900만 t으로 이 중 절반인 1억5000만∼2억 t이 쓰레기 매립지나 자연에 버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과 탄소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선택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의 플라스틱 일회용 식기와 그릇, 비닐 포장재, 농업용 비닐 등을 대체하고 있다. 중국도 올해부터 그릇이나 식기,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360i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51억 달러(약 5조6814억 원)에서 2025년에는 두 배인 약 89억 달러(약 9조9146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외 석유화학기업들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노바몬트, 미국 다이머같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과 LG화학, SK종합화학 등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에 뛰어들었다. 황 단장은 “국내에 아직까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매립할 수 있는 전용매립장이 없어 시중에 유통된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 70% 이상이 소각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만 재활용이나 처리를 맡기지 말고 플라스틱 생산자들이 전용매립장을 만들도록 하는 등 정책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