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무엇보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 여부에 대한 외부 전문가 판단을 앞두고 있는 이 지검장의 현재 법적인 상황이 너무나 엄중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그를 총장 후보로 밀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의 혐의 유무와는 별개로 이 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4차례나 소환에 불응하는 등 법 절차를 스스로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국가 법집행을 총괄하는 검찰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친정부 인사가 일부 포함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아무리 여권의 의중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총장을 뽑는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포함시켜 후보추천위원회가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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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적으로도 재·보선 참패 후 국정동력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총장으로 지명하는 강공 카드를 밀어붙일 경우 생길 수 있는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이 지검장이 청와대가 연루된 예민한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여권을 배려해온 공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지명하기에는 지금 여권도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지검장이 아닐 경우 다른 선택지가 충분한 여권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다른 후보들 가운데 차기 총장을 지명하면 되기 때문에 이 지검장만 고집해야 할 이유가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피의자 검찰총장’이라는 전례에도 없고 무리한 인선 구도를 사전에 피함으로써 검찰로 인한 더 이상의 불필요한 국정동력 상실을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후보자 추천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 결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4명을 법무부 장관에게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일 내로 이 중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