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현 경제부 기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친구 A보다 자산이 11억 원 뒤처졌던 B가 한 방에 자산 격차를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그래프를 만들었다. 4월 들어 10배 가까이 폭등했던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3월에 ‘풀 매수’한다면 가능하다는 거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이 밈은 가상화폐 시장에 청년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를 보여준다. 가상화폐를 영원히 끊긴 줄 알았던 부의 사다리에 다시 올라탈 수 있는 ‘막차 티켓’으로 여기는 셈이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올해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 발을 들인 250만 명 중 63.5%는 2030세대였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게 위험하다는 건 청년들도 안다. 그런데도 이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몰려드는 건 그만큼 살아가는 현실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은 어렵고, 힘들게 취업에 성공해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로 규정하고 훈계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이 훈계를 못 해서 가상화폐 상장(ICO·가상화폐공개) 단계부터 관리 감독에 나선 건 아닐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는 올해 511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 정도 인원이 다니는 길을 ‘잘못된 길’이라고 외면해선 안 된다. 무법 질주하는 시세 조작 세력 등을 차단하고 투자자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할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훈계는 그러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김자현 경제부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