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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뚫고 ‘꿈의 무대’로…양현종, 이제 생존이 숙제

입력 | 2021-04-27 13:49:00


안정 대신 도전을 택한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가시밭길을 뚫고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섰다.

텍사스 구단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로스터 변경을 발표하면서 양현종과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일본인 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2이닝 5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뒤 불펜 투수를 대거 소모한 텍사스는 시카고 원정 때 ‘택시 스쿼드’로 동행했던 양현종을 이날 홈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렸다.

마침내 메이저리그 현역 26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양현종이 빅리그 마운드에 서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한 조던 라일스는 2⅔이닝 10피안타(2홈런) 7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텍사스 벤치는 곧바로 양현종을 투입했다.

3회초 2사 2, 3루의 위기에 등판한 양현종은 4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양현종이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2020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한편 친정팀 KIA 타이거즈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2월초 KIA와 협상을 접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에 집중한 양현종은 지난 2월 중순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승격 시 130만 달러를 받고, 인센티브 55만 달러 등 최대 185만 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었다.

그는 한국 최고 좌완 에이스로서 위상과 안정적인 환경, 높은 연봉을 모두 포기한 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국으로 떠났다.

철저히 도전자의 입장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양현종은 5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 10이닝을 던지며 12피안타(1홈런) 6실점 10탈삼진 3볼넷을 기록했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지 못한 양현종은 결국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양현종은 개막 이후 세 번이나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

택시 스쿼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입된 규정이다. 선수 개인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택시 스쿼드에 든 선수는 원정 경기 기간 빅리그 팀과 동행, 선수단과 훈련도 함께한다. 텍사스 로스터에 변화가 생기면 곧바로 빅리그 팀에 합류가 가능하다.

2~5일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 13~16일 진행된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 경기에 택시 스쿼드로 동행했던 양현종은 20~22일 에인절스, 24~26일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 때에도 택시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고, 홈으로 돌아온 이날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가시밭길을 뚫고 잡은 빅리그 등판 기회에서 양현종은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홈런을 맞으며 2실점하기는 했지만, 빅리그 데뷔전이라는 중압감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이제 빅리그에서 살아남는 것이 양현종의 숙제다.

26일과 27일 아리하라와 라일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텍사스 선발진은 올 시즌 기대 이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일 깁슨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리하라, 라일스, 마이크 폴티네비치가 제 몫을 하고 있다. 한국계 데인 더닝도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며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양현종은 불펜으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텍사스는 불펜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텍사스의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5.42로 30개 구단 가운데 29위에 머물러 있다.

양현종이 불펜 투수로 나서며 믿음을 키운다면 선발진 진입도 꿈만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 양현종의 지상 최대 과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