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을 100억 원어치 이상 가진 개인이 2800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왕개미가 2년 새 30%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700명은 왕개미 앞에 ‘순수’라는 단어가 붙는다. 기업 오너 일가가 아닌, 순수 개인투자자라는 뜻이다. 왕개미 범위를 10억 원 이상으로 넓히면 4만3800명에 이른다. 개인투자자의 5% 정도인데 보유 주식은 전체 개인보유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데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로 주식 투자가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순수 왕개미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다. 일명 파이어(FIRE)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합친 용어로, 돈을 빨리 모아 조기 은퇴하겠다는 젊은이다. 파이어족의 92.8%가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는 100세시대연구소 조사도 있다. 청년 투자자 급증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닌자 개미’도 청년 비중이 급증했다. 라쿠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계좌의 80%가 30대 이하였다고 한다. 중국에선 청년 투자자를 쑥쑥 자란다는 뜻으로 ‘청년 부추’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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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은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신기술을 보는 눈이 기성세대보다 낫다. 순수 왕개미를 꿈꿀 수도 있다. 그래도 다걸기(올인)는 위험하다. 노련한 투자자도 실패하는 곳이 증시다. 뛰는 집값과 부족한 일자리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도 성급한 다걸기는 결말이 좋기 어렵다. 왕개미 이전에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것이 먼저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