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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경찰 부실수사 인정…법원 “1억3000만원 배상해야”

입력 | 2021-04-02 21:55:00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로 인한 위법을 인정하며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억30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대구 성폭행 사망사건 피해자 A 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2000만 원, 형제 3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총 5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손해가 발생한 1998년부터 연 5%로 계산되는 지연 손해금을 더하면 유족들이 받게 되는 배상금은 총 1억3000만 원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고 발생 직후 단순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을 하지 않고, 증거물 감정을 지연하는 등 극히 부실하게 초동 수사를 했다”면서 “이는 현저히 불합리하게 경찰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1998년 10월 17일 새벽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A 씨는 구마 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 사건은 단순 교통 사망사고로 종결됐고, 사고 장소가 고속도로여서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덤프트럭 운전자는 불기소 처분됐다. 사고 장소는 A 씨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고, 귀가한다며 나선 A 씨의 학교와도 약 7㎞ 떨어진 곳이었다. A 씨는 속옷을 입지 않고 청바지와 정장 상의만 입은 채 발견됐다. 뒤늦게 발견된 A 씨의 속옷에서는 정액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성매매 관련 혐의로 붙잡힌 스리랑카인 B 씨의 DNA가 사건 다음 날 발견된 A 씨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2013년 9월 B 씨를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정부 측은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자기 책임으로 빚어진 잘못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는 것은 정의와 공평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