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개입’ 놓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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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해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며 제재를 예고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killer)’라고 하자 러시아가 사과를 요구하며 주미 러시아 대사를 긴급 소환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린다”고 응수하는 등 미-러 관계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1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합병을 기념하는 화상 회견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예로 들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자신을 살인자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8일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몹시 나쁜 것”이라면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미-러 양자 관계 관련 협의를 위해 20일 러시아로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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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17일 공개된 A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혐의와 관련해 “그(푸틴)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푸틴 대통령과 당선 뒤 첫 통화를 하며 “나도 당신을 알고 당신도 나를 안다. 내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벌어졌다고 규명하면 그때는 각오하라(then be prepared)”고 경고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진행자가 ‘푸틴 대통령이 살인자(killer)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음…,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올해 1월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5년 연장에 합의한 것을 들며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선 이달 2일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라며 러시아 고위 관리 7명과 연구소 및 보안기관 5곳, 기업체 14개 등을 제재한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2014년)과 시리아 내전 개입(2015년), 대(對)이란 제재 위반(2020년) 등의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