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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모에게 기업이 해줄 수 있는 것[Monday HBR]

입력 | 2021-03-15 03:00:00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며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많은 조직에서는 재택근무와 자녀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오늘날의 직장상사들에게는 이런 맞벌이 부모 직원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관리자가 화상 회의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거나 업무 기한을 제멋대로 정한다면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일과 가족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만든다면 결국 직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관대하게 관리해서도 안 된다. 맞벌이 부모 직원들에게만 느슨하게 특별대우를 해준다면 다른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업무부담이 쏠려 팀 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팬데믹 시대 조직 관리자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조직의 관리자는 먼저 업무의 예측가능성을 최대한 높여주어야 한다. 가족을 돌볼 의무가 있는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일정을 미리미리 계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들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팀원이 협업하는 ‘공통 집중근무시간’을 정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팀 전체와 팀원들 개인 사정을 고려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모두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하는 식이다. 이런 공통 집중근무시간에는 참석자들이 각자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모든 회의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팀원들의 집중근무시간을 적절히 분산시켜서(오전 8∼11시,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2∼5시 등) 어느 시간에 고객이나 협력사가 연락을 취해와도 응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집중근무시간이 아닌 직원과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땐 온라인 메신저 인스턴트 메시지 같은 온라인 업무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 ‘버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다.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겨 화상 회의에 들어가지 못하는 직원에게 주요 정보를 정리해 전달해 줄 ‘코로나 버디’를 지정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업무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들을 도입해도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반드시 온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얌전히 있지 않고 말썽을 부려 집중근무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된 직원이 생길지 모른다. 혹은 프로젝트 일정이 앞당겨지거나, 클라이언트가 긴급한 요청을 해오거나,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자는 두 번째 전략인 ‘더욱 유연한 유연근무’를 실행해야 한다. 자녀를 둔 직원 두 명이 서로 업무를 분담하도록 허용하거나, 주 6일 단시간 근무제나 주 4일 장시간 근무제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더 쉽게 친척에게 아이를 맡기고, 비용을 아끼고, ‘번아웃’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근무형태의 조정이 필요한 직원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을 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또 망설이지 않고 유급 휴가나 무급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유연 근무를 요청하는 직원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업무 일정을 수정했다거나 휴가와 병가를 다 썼다는 이유로 임금 인상이나 승진과 같은 기회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 또 다른 해결책은 성과 평가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는 자녀를 둔 조교수들의 연구업적 평가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는데,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방식을 사용해볼 수 있다.

이 모든 일에 있어서 관리자 스스로가 좋은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고난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입증하는 것이다. 관리자 자신이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서 나오는 고민을 직원들과 나누고 또 자신의 일정을 실제로 변경한다면, ‘일과 삶의 충돌은 흔한 문제이며 누구에게나 이따금씩 유연한 근무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21년 3·4월호에 실린 ‘맞벌이 부모가 상사에게 바라는 것’을 요약한 것입니다.


엘런 언스트 코섹 퍼듀대 경영학 교수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