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 “인종문제 지나친 희화화” 2015년엔 이슬람 풍자로 테러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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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과 메건 마클 왕손빈(40)을 지난해 미국서 벌어졌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논란이 일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가 13일 공개한 최신호 표지(사진)엔 만평 형식으로 여왕이 오른 무릎으로 마클의 뒷목을 짓눌러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지 우측엔 ‘마클이 버킹엄궁(영국 왕실)을 떠난 이유’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에 마클이 “내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말풍선이 달려 있다. 여왕은 붉어진 눈으로 사람의 목을 짓누르며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최근 영국 왕실 스캔들을 빗댄 것이다. 여왕의 손자 해리 왕손(37)의 부인으로 흑백 혼혈인 마클은 7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왕실 인사가 아들 피부색을 걱정했다”고 폭로했고 이후 왕실의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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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만평에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 테러를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이 주간지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2016년 1월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를 성추행범으로 묘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만평엔 쿠르디가 죽어 있는 모습을 그린 뒤 ‘꼬마 알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과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란 문구를 적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