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딸 사칭 "휴대폰 분실" 문자 받아 주민증·신용카드 사진과 비밀번호 요구해 고3 학생들이 보이스피싱 의심…경찰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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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이것 좀 봐줘.”
70대 할머니가 고3 남학생들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학생들은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딸이라며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신용카드 비밀번호,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사기가 의심될 수 밖에 없었다.
12일 뉴시스 취재 결과, 모르는 할머니를 도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고3 학생들이 있어 미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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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인 A씨는 계속 오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어 전날 오후 1시께 성북구 삼선동 주민센터을 찾았다.
A씨는 청소년증을 신청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있던 신정빈(18·경동고)군과 박정호(18·용문고)군에게 문자메시지를 읽어달라고 했다.
친구 사이인 두 학생은 고등학교 직업반이라 매일 위탁학원으로 출석을 했는데, 마침 청소년증을 신청하기 위해 평일임에도 주민센터에 왔던 차였다.
A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딸 번호로 제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앞 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 보냈는데 카카오톡으로 보내지 말고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더라”며 “문자를 읽고 뭘 보내는게 익숙하지 않아 동사무소로 갔는데 학생들이 있어 도와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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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고 생각한 신군이 A씨의 이전 문자메시지 내역까지 살펴봤고, 앞서 주민등록증 사진과 신용카드 사진 등을 요구한 내용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다.
박군은 자신이 휴대전화로 할머니의 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신군과 박군은 A씨에게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경찰서로 갈 것을 제안했다.
박군은 “혹시 할머니 따님이 진짜 휴대전화를 분실하셨나 생각했는데 가장 처음 왔던 문자에 ‘웹(Web)발신’ 표시가 있더라”며 “보이스피싱 일당이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할머니께 경찰서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신군과 박군은 A씨를 서울 성북경찰서까지 직접 안내했고, 가는 길에 A씨의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바꾸는 과정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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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과 신군은 “할머니가 돈을 잃지 않으셔서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