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정책사회부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도 학생들이 학교에 와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원격수업 중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취약계층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일선 학교에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에 관한 안내 공문을 보내 3월 중 이 같은 방식의 급식 희망 학생을 조사하고 매일 예정된 급식 인원에 이 인원을 추가해 식재료와 급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급식은 4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교육청 역시 탄력적 급식 시행 계획을 세웠다. 올 1월 교육부가 학생 영양 관리를 위해 원격 수업 중에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게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이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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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의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밥 못 먹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등교하는 날조차 ‘감염이 우려된다’며 급식을 거부하고 조기 하교한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시선을 이겨내고 ‘오직 밥을 먹기 위해’ 하교하는 무리를 거슬러 점심시간에 학교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교육당국이 정말로 학생들의 끼니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급식을 제공했다’는 자기만족을 하기 전에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마음까지 살피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급식실 문을 열어도 여전히 배고픈 학생들이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어찌 따뜻한 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