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매코널 충돌로 공화당 내홍 내년 중간선거 공천에서 격돌 예고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최근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설은 유치한 인신공격이었다. 어쨌든 이 형용사들은 묘하게 매코널의 특징을 잡아낸 부분이 있다고 기자는 느꼈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둥그런 눈과 양 입꼬리가 밑으로 처진 입매의 대비는 그의 생각을 읽기 어렵게 만든다. 어딘가 독하고 노회한 정치인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시사만평에서 종종 표정 없는 거북의 얼굴로 그려지는 이미지다.
올해 79세가 되는 매코널은 벌써 14년째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회 내 공화당 1인자다. 양당제인 미국에서 인구의 절반이 지지하는 보수당의 최고 실력자로 워싱턴 정가를 좌지우지해 왔다. 재선까지 합쳐 임기가 최대 8년인 대통령보다도 길고 센 영향력이다. 그런 그가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미국 보수 정당의 미래를 가늠케 할 열쇠다.
내년 선거 공천을 둘러싼 공화당 두 거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신당이 만들어지면서 당이 쪼개질 판이다.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들까지 양쪽으로 갈리면서 ‘쩐의 전쟁’까지 벌어지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의원들은 각자의 계산에 분주하다. 현직 원내대표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지난 대선에서 7400만 표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처참히 버림받고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도사린다.
매코널 대표는 이런 내분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는 다음 중간선거를 좌표로 찍고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오기 위한 작업에 이미 들어간 상태. 이길 수만 있다면 욕을 먹고 때로 굴욕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선거전을 펼쳐 온 그에게는 ‘저승사자’, ‘다스 베이더’ 같은 별명이 붙어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미국인 중 상당수는 트럼프 개인이 아닌 보수적 정책과 가치를 선택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정권에서 이뤄질 급격한 세금 인상과 기업 규제 및 동성애, 낙태 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이들을 겨냥해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앞세우는 것은 대중적 인기나 열혈 지지자가 없는 매코널의 유일한 승부수일지도 모른다. 의회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인사는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며 정가를 뒤흔들 때마다 그나마 중심을 잡고 보수 진영을 지켜낸 것은 매코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