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에선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공동정부 구상이 종종 있긴 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은 정권 창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성공 사례다. 물론 양측이 정치적 담판을 벌인 것일 뿐 법적으로 담보된 공동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중도에 깨지긴 했지만…. 2002년 대선 때는 공동정부를 염두에 두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됐다가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파국을 맞기도 했다. “공동정부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정몽준)는 것이다.
▷광역시도 차원에선 2014년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가 연정 실험에 나선 전례가 있다. 부지사 같은 자리만 준 게 아니라 인사 정책 예산 등의 권한을 민주당 측과 상당 부분 공유했다. 남 지사로선 당시 경기도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협조 없이 도정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연정 실험’을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만들어보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3년가량 이어진 경기도 연정 실험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을 내렸다.
광고 로드중
▷약 2개월이 흘러 국민의힘 오세훈 나경원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에 긍정 반응을 보이고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 보수층의 ‘무조건 단일화’ 압박 여론을 감안할 때 공동정부 메시지를 명확히 발신하는 게 다음 달 4일 당내 경선은 물론 제3지대 후보와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이번에 나온 공동정부 구상이 보선 이후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범야권 통합 플랫폼과 연결이 돼 있다는 점이다. 범야권의 연정 논의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 정치실험으로 이어질지,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그대로 소멸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