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한석규 ‘8월의 크리스마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지난달 어머니 생신 선물로 새 스마트폰을 사드렸다. 통화와 카카오톡 말고는 다른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던 어머니는 어느 날 유튜브를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새 전화기에 유튜브를 설치한 뒤 유튜브를 보는 방법, 검색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에겐 내가 “참 쉽죠?”라는 말을 반복하며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쉽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 밥 로스처럼 보였을까.
어머니는 처음엔 유튜브의 작동 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내가 보기엔 너무나 쉽고 직관적인 걸 이해하지 못하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걸 왜 못 하지 싶은 생각이 드니 알려주다 보면 짜증이 나고, 짜증은 곧 후회로 바뀐다. 어머니는 그동안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다른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카카오톡도 겨우겨우 배워 쓰셨다. 스마트폰을 쓰면 미리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배달시킬 수 있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스마트폰이 더 필요한데도 엄두를 못 내시니 그런 속상함이 짜증으로 표현됐는지도 모른다.
정원은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아버지에게 미리 비디오테이프 작동법을 알려준다. 작동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반복해 가르쳐주다 정원은 결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정원의 화가 속상함이란 건 누구나 다 안다. 속상함의 표현이 잘못됐기에 계속해서 후회하는 것이다. 대체 이걸 왜 이해를 못 하나 싶지만 수십 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당신들에게 새로운 기기가 생경하고 어려운 건 너무 당연한 거다. 그걸 이해 못 하고 짜증내는 세상의 모든 정원이 못난 것뿐이다.
한석규는 영화 주제가 ‘8월의 크리스마스’까지 직접 불렀다. 정원이 다림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노랫말을 이루고 있지만,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란 구절은 정원의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이별에 해당한다. 오랜만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보며, 한석규의 노래를 들으며 나의 못남을, 그리고 언젠가 올 이별을 생각한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