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 황선우 지음/280쪽·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김하나 작가(45·여)는 19세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기간 홀로 자취했다. 처음엔 혼자 사는 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누군가와 밥과 찌개를 차려먹는 일상이 그리워진 것. 한 여자를 알게 됐고 함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에 이른다. 만족도는 최상.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한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진다. 서로의 인기척에 자연스레 잠이 깨고 집에서 매일같이 인사가 오가는 게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김하나)
동거인 황선우 작가(44·여)는 18세부터 서울에서 홀로 살았다. 고깃집에 가서 혼밥을 하는 건 기본일 정도로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하다. 결혼에 대해서도 큰 욕심이 없었다. 그러나 김 작가와 살기 시작하면서 함께 사는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동거인을 ‘사회적 안전망’으로도 인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같이 살고 있다. 나는 동거인에게서 배워간다.”(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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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지 않아 이별을 가끔 생각하곤 한다. 함께 사는 아파트의 처분 방법을 혼자 생각하다가도 “우리에게도 끝이 언젠가 오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다”며 고개를 젓는다. 새벽녘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면 환자와의 관계에 ‘지인’으로밖에 쓸 수 없는 현실에는 조금 씁쓸해한다. 둘은 책을 끝내기 전 사회제도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인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황선우)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