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속한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며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내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통화는 한미 정부가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를 조율하는 와중에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앞서 시 주석은 세계경제포럼(WEF) 화상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자기들끼리 편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중 정상의 통화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던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당시 통화도 중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미국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중국에 편중된 글로벌 공급망을 바꾸겠다며 동맹국들의 협조를 구하던 미묘한 시기였다. 이번에도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정상 간 첫 통화를 앞둔 한국을 향해 ‘미국 측에 서지 말라’고 압박성 선수 치기에 나선 셈이다.
미국 새 행정부에서도 중국과의 전략경쟁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새 장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중국에 맞서 어떤 수단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외정책 모토로 ‘모범의 힘’을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이다.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 구상도 곧 구체화될 것이다. 말폭탄이나 관세전쟁 같은 트럼프 행정부식 정면충돌 방식은 피하겠지만 국제적 규범과 원칙에 따라 동맹과 우방국들을 끌어들인 다자적 중국 포위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