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렛 잇 비' 제작…에릭 클랩튼, 밥 딜런 등과 작업 '월 오브 사운드' 기법으로 록 음악 변화 이끌어 로클롤 명예의 전당 헌액 여배우 살해 혐의 후 무기징역 복역 중 코로나19로 사망
‘음향의 벽’(월 오브 사운드, Wall of Sound)으로 록 음악을 변화시켰고 후에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괴팍하고 혁명적인 음악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16일(현지시간) 81세로 숨졌다.
미 캘리포니아 주(州)교도소 관계자들은 스펙터가 16일 병원에서 자연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펙터는 수감 중이던 캘리포니아주의 교도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펙터는 2003년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여배우 라나 클랙슨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고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톰 울프는 스펙터를 “10대 재벌 1호”라고 선언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브라이언 윌슨은 스펙터의 웅장한 녹음 기술과 눈이 휘둥그레질 로맨티시즘을 공공연히 따라 했고, 존 레논은 그를 “역대 최고의 음반 제작자”라고 불렀다.
비틀즈의 등장으로 주춤하던 스펙터는 1969년 비틀스의 앨범 ‘렛 잇 비’(Let It Be) 제작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렛 잇 비’ 제작에 있어 폴 매카트니와 큰 불화를 빚었지만 존 레논으로부터는 크게 칭찬을 받았고 1971년 레논의 ‘이매진’(Imagine) 공동 프로듀싱으로 이어졌다. 조지 해리슨도 스펙터에 호의적이어서 비틀스 해체 후 레논과 해리슨의 솔로 앨범 제작을 맡기도 했다.
링고 스타, 에릭 클랩튼, 밥 딜런 등 쟁쟁한 스타들이 스펙터와 음악 작업을 함께 했다.
스펙터는 천재적이었지만 동시에 괴벽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그의 음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정 생활도 순탄하지 못했다. 2003년 2월3일 여배우 라나 클랙슨이 스펙터의 집에서 사살되면서 그의 음악 인생을 끝났다. 스텍터는 클랙슨이 자살했다고 주장했으며 기소되기까지 1년이 걸렸지만 2009년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돼야만 했다.
그는 1989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펙터는 오랜 동안 조울증으로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2005년 법정 증언에서 그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힘들었다. 나는 천재로 불렸지만 천재란 천재성과 광기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