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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팜 김영찬 대표 "국제 무역,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비대면 거래 실현"

입력 | 2021-01-15 10:39:00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폐쇄가 해를 넘어서 이어지고 있다. 내수 측면에서는 실물경제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쌓이고 있고, 그 피해를 기업과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 떠안고 있다. 아예 영업 재개가 불가능한 여행· 항공 업계는 사실상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자상거래나 엔터테인먼트 등 비대면 경제를 통해 역대급 수혜를 맞이한 분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통적인 산업 분야 역시 비대면 경제를 통한 활로 개척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을 기점으로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수출 상담을 지원해왔다. 협회는 지난 3월부터 12월 7일까지 총 42회의 화상 상담회를 개최했고, 협회의 기업 간 바이어 거래 플랫폼인 트레이드코리아와 해외직판 플랫폼 케이몰24를 통한 지원으로 비대면 무역 시대를 맞이한 우리 기업들을 도왔다. KOTRA 역시 코로나 19 대응 화상상담을 지원하고, 타 유관기관과의 화상 지원 협업 등 심층적인 거래 논의도 지원했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수출 기업을 노리는 무역 사기도 1년 전 82건의 두 배에 달하는 166건으로 집계돼 기업들의 주의를 요하기도 했다.

바운티팜 김영찬 대표. 출처=IT동아


국경 폐쇄에 따라 무역 산업 역시 자연스레 비대면 경제로 전환되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은 적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중견 혹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험이고, 유통 경로나 거래 절차, 언어 장벽 역시 어려움을 더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거래부터 중개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20 테크스타 코리아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 중 하나인 ‘바운티팜(bountifarm)’이 그 주인공이다.

인공지능과 노하우를 결합한 글로벌 무역 중개, 바운티팜

바운티팜은 김영찬 대표가 2019년 11월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B2B(기업 대 기업) 농업 무역을 자동화하고, 적절한 금융 수단과 위험 관리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협상 브로커’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김영찬 대표가 호주 멜버른 대학교를 졸업한 다음, 시드니 소재 맥쿼리(Macquarie Group)에서 VP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호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를 만나게 되면서 대한민국으로 소재를 옮겼다. 바운티팜은 작년 말 테크스타 코리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첫 번째 클래스를 졸업했으며, 현재까지 카이스트와 와이플래닛, 어센도벤처스를 통해 수 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영찬 대표가 바운티팜의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바운티팜 김영찬 대표를 직접 만나 바운티팜의 활동 영역과 방향성을 직접 물어보았다. 김 대표가 무역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지금의 글로벌 농산물 B2B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농산물 거래는 사업자 간의 물리적 거리가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래서 직접 상품을 가서 확인하고, 통역을 통해 투어도 진행하고, 현지 조사도 철저히 거친 다음에야 추진하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 보니 시장 지배적인 대기업이나 브로커의 뜻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고, 매년 수수료나 지출 명목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그래서 거래 효율성은 높이고 수수료를 낮출 방안을 찾다가 ‘AI 협상 브로커’인 바운티팜을 설립하게 됐다”며 입을 열었다.

AI 협상 브로커는 수백 개의 생산 기업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처리해 최상의 거래를 주선하고, 협상 과정을 돕는다. 이렇게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주문이 체결됐고, 1억 6천만 달러의 추가 파이프라인이 확보된 상태다. 설립 1년 차를 넘긴 스타트업이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 본인의 역량이 크다. 그는 “바운티팜이 이토록 빠르게 성과를 내는 배경에는 투자 은행 근무기간 동안 쌓은 노하우와 호주의 외무장관이었던 밥 카(Bob Carr)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거래 플랫폼만 수립한 게 아니라, 사전에 철저한 전문가적 시각과 인적 역량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바운티팜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협상 브로커 플랫폼이지만, 바운티팜만의 역량이 함께 작용하는게 특징이다. 출처=바운티팜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글로벌 농산물 시장 거래는 브로커 간의 거래가 보편적인 상황이다. 주식이나 선물 거래도 이미 90년대부터 인터넷으로 거래했는데, 왜 글로벌 농산물 거래만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걸까? 김 대표는 “80년대부터 국제무역 시장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이 시장에서는 구매자나 생산자 모두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가격을 공개하는 식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운티팜은 거래 하나하나에 프라이버시를 부여하면서도 세부 사항을 보호해 구매자와 생산자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에 관련된 법적인 문제나 계약 사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까. 김 대표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온라인으로 국제 거래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국제 소송 등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바운티팜은 신뢰할만한 사용자에게만 ‘인증 마크’을 제공하는 등 신뢰 방안을 도입하고, 바운티팜의 노하우와 전문가적 시각을 바탕으로 관리를 자동화한다. 기업별로, 거래별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도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미 대기업의 경우 자체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서 국제 거래 시의 신뢰도가 충분하다고 하며, 신뢰성이 부족한 중간 규모의 거래가 바운티팜의 직접적인 타깃이다. 흥미롭게도 중간 규모의 거래는 ‘100억 원대’ 규모라고 한다. 대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걸까.

2020년 4분기 기준 바운티팜의 취급 항목과 참여 바이어 수. 출처=바운티팜


김 대표는 “현재 바운티팜 이용 고객으로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름을 알만한 기업들이 곡류, 고기, 수산물을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참여 규모가 더 크고 참여 기업도 많다. 이용 국가로는 중국과 아시아, 캘리포니아 쪽이 많고, 생산자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칠레 등 남미 지역과 오세아니아,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지역과 아일랜드,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 1천억 원대에서 수천 억원대 파이프라인이 형성돼있다”고 언급했다. 기업 대 기업 간 거래다보니 그 규모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운 금액대다. 현재 글로벌 농산물 거래를 진행하고 있거나, 바운티팜을 통해 거래를 시작하고 싶다면, 바운티팜 홈페이지를 통해 접촉할 수 있다.

수동적인 시장, 그래서 스타트업으로의 입지 더 커

거래 규모와 별개로, 바운티팜 자체는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이다. 이끌어나가기 위해 벤처 캐피털을 통한 투자가 필요한 와중에 만나게 된 것이 테크스타 코리아다. 김 대표는 “원래 호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테크스타 코리아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테크스타 코리아와 인연에는 조금 행운이 따랐는데, 원래 다른 액셀러레이터는 기술이나 사업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테크스타는 수동적인 글로벌 무역 거래의 특성과 기술의 조합을 이해하고, 바운티팜만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역량을 높게 평가해줄 정도의 저변이 있었다. 덕분에 몇백 개씩 되는 테크스타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게 됐고, 글로벌 매치에서도 이점을 갖게 됐다”라며, “이렇게 기반을 다지기 까지 어센도벤처스의 신동석 대표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바운티팜 김영찬 대표. 제공=바운티팜


향후 사업 방향성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을까. 김 대표는 “우리의 거래 플랫폼을 브랜드화하는 게 목표다. 바이어 시장을 모르는 사람도 바운티팜을 알고, 플랫폼을 이용해 거래할 수 있는 하나의 체인이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 세계의 생산자가 제값을 받으면서 구매자들 역시 올바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무역 중개라는 어려운 부분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형성하기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애초에 바운티팜(bountifarm)이라는 기업 이름도, 풍요로운, 너그러운 이라는 뜻의 바운티풀(bountiful)과 농장인 팜(Farm)을 합쳐 만들었는데, 전 세계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싶다는 그의 깊은 뜻이 잘 담겨있는 듯하다.

그리고 올해 투자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구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바운티팜은 전 세계의 외교부를 접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그만큼 야심있고 글로벌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바운티팜과 지원자 모두 같이 성장할 기회가 되리라 본다. 아울러 기술 쪽에서도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에 능통한 분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역이라는 큰 바다에 진입한 스타트업, 그 자체로 인상적

기업 소개서를 통해 바운티팜을 설명하고 있는 김영찬 대표. 출처=IT동아


바운티팜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잘 진출하지 않는 B2B 거래, 그중에서도 훨씬 더 접근하기 어려운 무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김 대표가 언급했듯, 이미 글로벌 무역 시장은 브로커가 형성돼있고, 대기업은 각자의 공급·유통망을 갖고 있다. 과거에도 온라인 기반 무역 서비스가 몇 차례는 등장했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영찬 대표가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여러 B2B 협상 경험을 통한 노하우와 테크스타 코리아의 협력, 그리고 현재의 시장 구조를 바꿔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더 나은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가 그리는 글로벌 농산물 거래 시장이 형성된다면, 그 자체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본다.

2020년 4월, WTO는 연간 상품 무역이 12.9%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에는 올해 무역 축소 규모를 3.7% 높은 9.2%로 상향 조정했다. 앞선 전망은 유럽연합과 미국 등 주요 경제 국가에서 코로나 19 사태가 확산하던 초기에 나온 전망인데,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 19의 장기화 사태에 대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무역 시장의 추세와 반향이 꾸준히 바뀌고 있는 것과 같이, 비대면 무역 역시 코로나 19 이후로는 무역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그런 시대가 오게 된다면 지금의 바운티팜과 같은 독창적인 스타트업이 시장을 이끌게 되지 않을까.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