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학파 이건창 선생 生家 복원 문헌자료 없이 강행 후 뒤늦게 검증 연수구 ‘영일 정씨 동춘묘역’은 주민들 반발로 지정해제 위기 처해
인천시문화재인 강화도 이건창 선생의 생가가 복원되기 전 함석지붕 형태의 옛 가옥과 1997년 1월 복원 공사를 마친 초가집 모습. 근거 자료 없이 원형 보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강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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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정한 지방문화재의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조선 후기의 강화학파 대문장가로 유명했던 영재 이건창 선생(1852∼1898)의 생가(인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인천시기념물 제30호)가 충분한 고증자료나 문헌자료 없이 복원된 것으로 밝혀져 인천시가 뒤늦게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문화재적 가치를 검증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3월 인천시기념물 제68호로 지정된 ‘영일 정씨 동춘묘역’(연수구 동춘동)이 주변 주민들의 집단 민원으로 인해 문화재 지정해제(취소) 위기에 처했다.
● 근거 불충분한 문화재 복원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영일 정씨 묘역이 지난해 3월 시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최근 해제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범주민비상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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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문화재의 보존, 관리,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는 문화재보호법 규정을 토대로 “생가 복원 과정에서 원형을 훼손한 것도 문제지만 축대를 쌓았던 석재, 건물 기둥, 마루, 창호 등 기존 건축자재를 하나도 재활용하지 않아 문화재적 가치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강화군은 A 씨의 행정정보공개 요청에 따른 답변을 통해 “복원 당시 이건창 선생이 살던 가옥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후손들이 살던 건물을 기준으로 복원했다. 생가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해 정확한 고증 및 문화조사를 통해 추가 복원이나 기존 건물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화군 관계자는 “생가 문제점을 지적한 민원으로 인해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고 올해 말까지 용역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절차적 하자로 발 묶인 문화재
시는 분묘 17기, 석물 66점을 보유한 ‘영일 정씨 판결사공파·승지공파 동춘묘역’(2만737 m²) 주변 500m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부터 주민설명회를 시작했다. 묘역 주변 상가 및 아파트 주민들은 “문화재 지정 고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설명회를 계기로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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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는 최근 심층 검토 작업을 통해 “동춘묘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전문가의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석물 66점이 다른 묘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조형물이라 미술사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의 정당성이나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연결해 동춘묘역이 보존할 문화재인가를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구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문화재 지정 범위 축소 또는 해제 여부를 심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민들이 문화재지정 해제 청원을 시의회에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문화재 주변 지역 건축규제를 위한 행정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