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제랄드 브로네르 지음·김수진 옮김/400쪽·1만7000원·책세상
저자는 인터넷 초창기부터 광범위한 인터넷 사용이 정보 시장에는 부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는 “‘믿는 것’과 ‘아는 것’이 뒤엉켜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책은 가짜 뉴스가 어떻게 사회 속으로 파고들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를 분석했다. 가짜 뉴스의 문제점에 접근한 실용서는 아니다. 여러 사례와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가짜 뉴스라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가를 체계적으로 다뤘다. 저자 제랄드 브로네르는 프랑스 파리 디드로대 사회학과 교수로 ‘신념의 제국’ ‘극단적 사고’ 등을 출간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시장 자유화의 문제점을 비판해 왔다.
책 제목의 ‘쉽게 믿는 자’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 이들은 잘 믿지 않는 자들이다. 이들은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유산인 과학과 상식보다는 음모론에 휩싸이며 ‘신념’을 믿는다. 이 책에서 신념이라는 단어는 과학에 반하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오염된 생각들을 의미한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이 미스터리는 불과 몇십 km 떨어진 도시들의 차량을 검사한 결과 간단히 사라졌다. 균열은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수치로 발견됐고, 이는 차량 노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시애틀 사건의 원인은 과학적 조사가 아닌 확증 편향으로 초래된 ‘검사 전염병’이었다.
저자는 불행하게도 우리 민주주의의 내부에 가짜 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DNA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글을 쓰고 출판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후 표현의 자유는 다양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훼손할 수 없는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표현할 권리와 의심할 자유가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줬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시장의 자유화다.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지식의 민주주의로 가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려면 표현할 권리는 물론이고 그 권리에 대한 의무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