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소셜네트워크
이정향 영화감독
하버드대 2학년인 마크 저커버그는 오만하고 재수 없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에게 차인 날, 홧김에 여학생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다. 여학생들의 사진을 구하느라 해킹을 했고, 여성을 비하했기에 학교로부터 경고를 받지만 그는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호들갑이냐며, 자기 덕분에 보안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유세를 떤다. 이 사건으로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배 윙클보스 형제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주면서 동업을 제안한다. 저커버그는 수락함과 동시에 친구 새버린을 찾아가 그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양 얘기하며 동업을 제안한다. 투자하면 수익의 30%를 주겠다며. 그러고는 윙클보스 형제를 따돌리고 ‘페이스북’을 개설한다. 그 후, 페이스북이 승승장구하자 저커버그는 필요 없어진 공동 창업자 새버린을 쫓아낸다. 영화는 저커버그와 윙클보스 형제의 소송, 그리고 새버린과의 소송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으며 페이스북의 탄생 비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본 후 놀랐다. 포스터의 광고 문구와 영화 내용이 정반대라서. 찾아보니 미국 포스터에는 ‘몇 명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5억의 친구를 가질 수 없다’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다. 영화 주제와도 딱 맞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영웅 찬양 식의 문구로 바꿨을까? 그래서인지 댓글에도 ‘저커버그처럼 되고 싶다. 부럽다’ 식의 감상이 많아서 섬뜩했다.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