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출품한 변시지 작품 위작 의심받자 경매 하루 전 취소 경매 출품작은 컬렉터 신뢰도 높아 작품 기록 공개 등 제도 보완 필요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 ‘무제’가 변시지의 회화로 케이옥션 경매에 올라와 1회 응찰까지 진행된 화면. 해당 작품은 경매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7일 위탁자의 요청으로 삭제됐다. 이윤관 씨 제공
4일 변 화백 작품의 수집가인 사업가 이윤관 씨(57)와 변 화백의 아들인 변정훈 아트시지 이사장(58)에 따르면 케이옥션은 ‘무제’(1984년) 작품을 변시지의 회화로 표기해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경매 대상 목록에 올렸다. 경매 진행 전인 11월 27일 해당 작품을 발견한 이 씨는 케이옥션에 위작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내부 검토를 거쳐 출품됐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런데 케이옥션이 자체 홈페이지에 첨부한 변시지 작가 소개 영상에는 해당 작품이 위작 사례로 나온다. 이 씨는 “케이옥션이 게시한 영상은 2007년 KBS의 ‘TV문화지대’로, 영상 속 변시지 작가 홈페이지를 보면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는 안내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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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정황이 있고, 수집가의 이의 제기가 있었는데도 케이옥션은 해당 작품을 경매 하루 전에야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미 한 차례 응찰까지 이뤄진 뒤였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회사 차원에서 진위에 대한 의견은 내기 어렵다”며 “다만 위탁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검증을 요청했더니 위탁자가 출품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케이옥션은 내·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견이 있는 작품은 출품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내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위작 의심 작품이 아무런 검증 없이 거래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매에 위작이 나오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많은 컬렉터들이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검증이 됐다고 보고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한국화를 수집하기 시작한 컬렉터 A 씨는 “경매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이우환의 작품도 중복 번호가 나왔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변 이사장은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출처나 감정 내용, 작품 상태가 상세히 제공되어야 구매자도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출품 사실만으로 100% 검증됐다고 하는 것은 원시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예술법 전문가인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변호사는 “미술 작품은 구매자가 매번 공부하고 진위를 알아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갤러리나 옥션 하우스에 작품의 프로비넌스(거래 및 전시 기록)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