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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옆사람과 많은 대화를

입력 | 2021-01-02 03:00:00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마르타 자라스카 지음·김영선 옮김/416쪽·1만7000원·어크로스
최고의 장수비결은 ‘가족의 사랑’…행복한 결혼이 사망위험 49% 낮춰
건강한 식단-영양보조제 섭취보다…자원봉사와 우정 쌓기 훨씬 도움




비타민과 건강보조제, 균형 잡힌 식습관이나 운동보다 장수에 도움을 주는 명약은 가족이나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관심과 사랑, 사회와 주변에 대한 봉사, 그리고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다. 사진 출처 Unsplash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알려진 식품이나 요법을 소개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장수의 비결을 찾아 노심초사하기보다는 건강한 삶의 태도를 가지는 게 낫다는 것. 어느 쪽이든 책들은 차고 넘쳐 새롭지 않다. 이 책의 미덕은 전자의 내용에서 출발해 꼼꼼한 검증을 거친 뒤 후자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시켜주는 데 있다.

검증 가능한 세계 최장수자는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122년 164일 동안 살았다. 그의 가계도를 조사하면 조상들도 장수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된다. 그런데 특별한 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결혼 후 헬리콥터 타기, 스키 등 새로운 일이라면 뭐든지 도전했다. 그게 20세기 초였다. 110세에 양로원에 들어가면서는 “15분 먼저 일어나 몸단장하는 걸 허락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삶을 최고로 누리려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책 앞부분에서 저자는 장수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과학적 요인들을 차례로 검증한다.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텔로미어의 마모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전한다. 오히려 짧은 텔로미어는 발암을 막는 역할도 한다. 체중은 어떨까. 체질량지수가 30∼35로 비만인 사람들은 호리호리한 사람보다 사망 위험도가 5% 낮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 수치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코르티솔은 ‘싸우는 에너지’를 높이지만 저항력을 떨어뜨려 노화를 촉진한다. 반대로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은 편안함, 친화력, 사회성에 관련된다. ‘좋은 호르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96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제트 마을은 ‘심장병 없는 마을’로 주목을 끌었다. 고령자는 존경받고 가족 사이는 끈끈했다. 틈날 때마다 진수성찬을 차리고 경조사를 기념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저마다 큰 집을 짓고 자동차를 타고 먼 데로 나가면서 마을의 심장병 수치는 급증했다.

이쯤에서 책 166쪽을 펼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목요연한 숫자들이 있다. 먼저 도표 왼쪽의 ‘음식과 운동’. 지중해식 식단은 사망 위험도를 21% 낮춰준다. 십자화과 채소(무, 배추 등)를 하루 160g 섭취하면 20%, 운동은 23∼33% 사망 위험도를 낮춘다. 이제 도표 오른쪽의 ‘마음과 사회성’으로 가보자. 상냥함은 20%, 자원봉사 22%, 폭넓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45%, 행복한 결혼 생활은 49%나 사망 위험을 낮춰준다.

먼 길을 돌아 도착한 저자의 권유는 어렵지 않다. 가족애와 우정을 쌓고 삶의 목적을 가져라. 근심을 줄여라. 친절을 베풀라. 가능하다면 지역 사회나 타인을 위해 봉사하라. 이런 요인들은 광고 속의 건강보조제와 달리 ‘확실한 숫자’로 건강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 더욱 좋은 것은, 이런 삶의 자세는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