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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선을 했다. 작열하는 태양의 밑에서 또는 폭풍우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 마리 한 마리 가슴을 졸이며 낚아 올린 고기가 이젠 어창에 그득히 차서…어렵게 낚은 다랑어를 흉측한 돌고래나 모진 상어 떼에 빼앗긴 적도 많지만….”
1975년 판 실업계 고교 2학년 국어교과서(문교부 발행)에 실린 ‘거친 파도를 헤치고’란 글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는 이 글은 ‘참치’하면 생각나는 동원그룹의 김재철 명예회장이 썼다. 1966년 고려원양 광명호 선장 시절에 일기 형식으로 쓴 글로 문장이 빼어나 교과서에도 실렸다.
대양을 누비며 동원그룹을 일군 그의 열정은 이제 고기의 바다에서 ‘데이터의 바다’로 바뀌었다. 김 명예회장은 “젊은 시절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AI 인재 육성에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KAIST에 사재 500억원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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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예회장은 “AI 물결이 대항해시대와 1·2·3차 산업혁명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는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AI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출정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대한 잠재력을 가진 우리 국민이 국력을 모아 경쟁에 나서면 AI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며 “과학영재들과 우수한 교수진들이 집결해있는 KAIST가 선두주자로서 우리나라 AI 개발 속도를 촉진하는 플래그십(flagship)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KAIST가 AI 인재 양성 및 연구의 세계적 허브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 물러난 뒤 AI 인재 양성과 기술 확보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동원산업이 지난해 한양대에 30억 원을 기부해 ‘한양 AI솔루션센터’를 세우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전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프로젝트를 도입해 AI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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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는 우수 인재와 교수진 확보를 위해 현재 대전 본원의 AI대학원을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서울캠퍼스(홍릉)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3년부터는 AI 관련 기업들과의 공동연구 및 산학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양재 R&D(연구개발) 혁신지구’에 교육 및 연구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