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그러던 어느 날 인류 최초로 인간 3명을 태운 우주선이 달에 도착했다. 그 장면을 흑백 TV로 보았다.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내 삶을 바꾼 장면 중 하나다. 기차도 한번 타보지 못하고 비행기를 가까이서 보지도 못한 나로서는 분명한 사건이었다.
그 영향에서였을까. 그 후 물리학자가 되었다. 지금은 우주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나노의 세계를 연구하고 있다. 나에게 이제 나노의 세계가 우주가 된 것이다. 한 번도 직접 보지도 못한 작은 나노의 세계를 실험실에서 매일매일 상상하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은 항상 저 거대한 우주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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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 지구의 문명의 단계는 어느 수준일까? 아직 원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인간은 숲에서 살던 본능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과거의 죽은 동식물로부터 만들어지는 석탄과 기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문명은 거의 0단계라 할 수 있다.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의 붕괴로 우주와 연결된 하나의 끈이 사라져버렸다. 지금까지 외계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아직 찾지 못한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면 외계 문명의 정보 전달 방식이 우리보다 높아서 수준 0단계인 지구식 망원경에는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의 붕괴로 마치 스마트폰의 전파가 갑자기 유실된 기분이지만, 언젠가 다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