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비건에 “美 차기 행정부 가교 역할 해달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갈무리)© 뉴스1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9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에게 한미 간 협력 성과들이 차기 미 행정부에서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비건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회담을 갖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반 동안 양국 정부가 다양한 성과를 함께 달성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차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비건 부장관이) 재임한 2년여간,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며 “한미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비가역적인 길을 시작했고, 북한도 우리만큼이나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전은 한미 동맹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의 굳건한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덧붙였다.

최 차관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한미간 신뢰는 분명했다며 “우리 중 누구도 국경을 폐쇄하거나 여행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 이상이고, 진정한 친구이며, 비건 부장관이 우리의 우정을 대표한다고 믿는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미 간 성과로 Δ빈번한 정상간 소통 Δ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 Δ신남방정책-인도·태평양 전략간 연계 협력 심화 Δ의회·학계 차원의 교류 Δ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측 문서 추가 비밀해제 Δ주한미군 기지 반환 추진 Δ두 차례의 ’미사일 지침‘ 개정, Δ코로나19 대응 관련 긴밀한 공조 등을 꼽았다.

비건 부장관 역시 지난 3년간 한미 양국 정부가 거둔 성과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한미 간 신뢰와 공조는 굳건할 것이며, 한반도 정세와 동맹 현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가자고 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뿐 아니라, 대북관계, 코로나19 대응에서까지 협력해왔다며 ”우리는 양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또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미 간 모든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몇달, 몇주간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차관은 이날 ”많은 사람들이 이번 방한을 ’고별 방한‘으로 보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비건이) 부장관이건 아니건 언제나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도 ”서울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며 ”마지막 서울 방문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최 차관과 논의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를 이야기하며 ’오하이오 주립대와 미시간대 간 모든 문제‘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최 차관이 오하이오 주립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고려한 농담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미시간대 노어노문학·정치외교학 학사인데, 오하이오 주립대와 미시간대는 라이벌 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모든 사안을 터놓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10시7분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왔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동행했다. 이에 당초 10시로 예정돼 있던 회담이 15분 늦게 시작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업무조찬을 함께했다. 해리스 대사날 자신의 트위터에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비건 부장관을 초대해 업무 조찬을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며 ”한국에서 복무 중인 주한미군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썼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