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가 화석 관련 연구를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이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이 이족보행 악어라는 사실을 처음 제기한 미국 고생물학자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대 명예교수(70)가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0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표창을 8일 수상했다. 2004년 표창이 제정된 이후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2005년 러시아 학자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로클리 교수를 만났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막 마치고 시상식에 참석한 그는 “미국에서도 잘 대우해 주지 않는 고생물학자에게 표창까지 준다고 해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33년 전의 행운에 감사드린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광고 로드중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대 명예교수(왼쪽).
그는 고생물학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뼈가 아닌 발자국 화석에 평생을 바쳤다. 로클리 교수는 “발자국 화석은 ‘살아있는’ 동물의 증거로, 동물의 생전 움직임과 행동을 알 수 있게 해 준다”라며 “죽음을 말해주는 뼈와는 또 다른 고유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투포환 선수 출신인 그는 1980년대부터 남해안 발굴 현장에서도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며 체력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다진 강인한 체력으로 70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그는 “지루한 자가격리를 마다 않고 한국으로 온 것은 시상식 외에 바로 오늘 밤부터 열흘간 남해안 현장 연구가 있기 때문”이라며 “뛰어난 고생물학자는 화석을 많이 본 학자라는 신념에 따라 오늘도 현장으로 가겠다”고 자리를 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