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이야기 담은 책 펴낸 백수린 작가 문학과 빵 소재 삼아 삶을 묘사 “발효-굽는시간-오븐 조건 등 완벽해도 예상치 못한 결과 발생 베이킹과 소설 비슷한 점 많아”
백수린 작가는 작업 전 항상 소설만큼이나 좋아하는 케이크를 곁들인 티타임을 갖는다. 창작의 ‘순수한 기쁨’을 되새기는 그만의 의식이다. 백수린 인스타그램 캡처
이 사진들은 소설만큼이나 베이킹을 사랑하는 그의 성실한 ‘출근 인증샷’이다. 소설을 쓰기 전 차를 우린 뒤, 잘 구운 케이크를 올려두고 음미하는 오후는 창작의 중압감을 버리고 순수한 기쁨을 채우는 ‘기도의 시간’이다. “그저 하얀 사각 종이를 사랑했던, 쓰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황홀했던 청순한 마음을 다시금 불러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해 온 백수린 작가가 문학작품 속 빵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사진)을 펴냈다.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결국 소설 쓰는 사람이 됐다”고 고백하는 그는 문학과 빵이라는 두 재료를 섞어 삶의 이야기를 따끈하게 구워낸다.
그는 마카롱부터 식빵까지 웬만한 건 다 구워낸다. 장작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뷔슈 드 노엘’ 같은 고난도 베이킹도 해봤다. 하지만 베이킹의 생명인 계량을 ‘대충 느낌대로’ 하기 때문에 맛이 들쭉날쭉하단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는 “단편소설도 사실 ‘계량’이 생명인 장르라 늘 치열한데, 취미인 베이킹까지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며 웃었다. 그렇기에 베이킹은 늘 사랑과 동경, 순수한 기쁨 그 자체다.
백수린 작가.
책에서 그는 앤 카슨의 허구적 산문 ‘남편의 아름다움’ 속 정교하게 세공된 문장과 고통 어린 치명적 아름다움을 사치스러운 과자 마카롱에 빗대 풀이하기도 하고,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속 가족의 존재를 떠올리기도 한다. 바움쿠헨, 침니 케이크, 델리만쥬 이야기가 레이먼드 카버부터, 도리스 레싱, 로맹 가리 등의 문학세계로 절묘하게 연결된다.
그는 “결국은 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책”이라며 “‘세상에 이렇게 빵 종류가 많네’만큼이나 ‘이렇게 안 읽어본 책들이 많네!’ 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