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어젠다 놓고 리딩뱅크 신경전
○ 앞다퉈 ‘석탄 0’ 선언… “의제 선점이 미래 경쟁 판가름”
두 금융그룹의 미래 의제 경쟁은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고조됐다.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9월, 신한금융은 11월 각각 탈석탄 선언과 ‘제로 카본(Carbon Zero)’ 드라이브를 걸면서 탄소배출 기업의 대출과 투자를 관리하고 친환경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KB금융이 그룹 전사적으로 ESG 관련 선언과 전략을 공개하는 반면 신한금융은 계열사별로 ‘적도원칙’에 가입한다거나 ESG 펀드 출시, 채권 발행을 무기로 각개전투에 나서는 점도 특징이다. 적도원칙은 환경 파괴 등을 유발하는 개발사업에는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협약이다. 새 전략을 내놓거나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국내 금융 최초’나 ‘업계 최초’를 내걸고 리딩뱅크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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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그룹 고위관계자는 “결국은 금융이 ESG를 강조해야 모든 기업이 따라오기 때문에 ESG 의제를 선점해야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 금융 고객과의 괴리 지적도
하지만 이러한 ESG 경쟁이 대다수 금융소비자의 니즈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탈석탄 금융이 기업경영이나 저탄소 산업 투자를 독려하는 데는 의미가 있을지라도 개인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선언적인 구호에 그칠 뿐 실제 이익으로 어떻게 환원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흐름과 각 금융사의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실체가 없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생색내기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두 금융사를 필두로 금융업계가 ESG 열풍에 올라타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ESG 단기 성과나 개인금융과의 연결고리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