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창틀… 뜯어진 방충망… 벌레 들어오는 공기배출구…
실내 정수장과 연결된 창틀의 위생 관리가 안 돼 있다. 먼지가 날릴 수 있고 벌레가 서식할 수 있다.
깔따구 유충 검출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전국의 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 정수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018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정수장 484곳 중 1990년 이전에 준공된 곳이 26%(125곳)나 된다. 71%(343곳)는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다시 짓거나 개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생 관리 허술한 정수장들
약 한 달간 인천 시내 각 가정 수돗물에서 총 235건의 유충이 발견된 원인은 인천 공촌·부평 정수장의 부실한 관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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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설치된 방충망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벌레나 작은 동물들이 들어올 수 있다.
기준이나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수도 정수시설 설계 기준에 따르면 ‘시설은 누수가 없고 외부로부터 오염이 없는 구조로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해당 정수장들은 문도 이중문이 아니었고, 활성탄 여과시설을 덮는 별도의 뚜껑도 없어 외부 노출에 취약했다. 환기 장치 개구부를 통한 외부 유입을 막고 방충망 등을 점검해야 하는 유지관리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 정수장의 22%(108곳)가 방충망이 파손됐거나 없고, 정수장 시설들의 출입 관리가 부실했으며 위생이 불량했다. 합동정밀조사단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정수장 관리는 그야말로 ‘현상 유지’에 그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 고도정수처리 느는데 인력은 감소
고도정수처리 공정을 도입하는 정수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고도정수처리 공정이란 기존의 표준처리 공정을 통과한 물에 추가로 오존처리를 하고 목재나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으로 만든 활성탄으로 한 번 더 거르는 것이다. 미량유해물질을 더 제거하고 물 특유의 비린 냄새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어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정수장은 2006년 21곳에서 2018년 49곳으로 늘었다.
실내 정수장 시설과 연결된 공기배출구에 방충망이 없다. 벌레나 작은 동물들이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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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정부 차원 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수돗물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물을 처음 정수하는 정수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지만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정수장은 각 지역의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이 관할하는데, 지자체별로 관리 수준이 제각각이어서다. 현재 정부는 전국 수도사업 운영·관리 실태를 정밀 점검하고 있다. 연말에 관련 보고서가 공개되면 각 지자체별 관리 역량 차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