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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기에 발생하는 감정이다. 이민자들이 모국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거리 탓이다. 그나마 그들을 모국과 이어주는 문화가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디에 살든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 그게 문화다. 재미교포 에밀리 정민 윤의 시 ‘시간, 고래 속에서’는 그 문화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화자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이민자다. 화자는 연인이 “물오르다”는 말을 속삭이자, 나무에 물이 오르는 봄이 되면 그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미역국을 먹고 우리의 피에 산소를 공급하게 되겠지”.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걸 보면 그들은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한국어가 조금 서툴더라도 미역국이 그들을 한국으로 이어준다. 미역국 문화는 그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움직이는 고향이다. 화자는 연인에게 말한다. “당신은 한국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수백 년 전에 고래들이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미역국과 관련된 신화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는 산부계곽변증설(産婦鷄藿辨證說), 즉 임산부가 먹는 닭고기와 미역국 이야기. 누군가가 물속에 들어갔다가 고래의 배 속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새끼를 막 낳은 어미고래의 배 속은 미역으로 가득했다. 미역으로 인해 악혈, 즉 굳은 피가 묽고 맑아져 있었다. 그는 배 속에서 나와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래서 아이를 낳은 후 계(鷄), 즉 닭을 먹는 중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이 곽(藿) 즉 미역을 먹게 됐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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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