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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선호 월가, 후원금 5배 몰아줘… 규제 걱정 IT업계는 내심 트럼프 지지

입력 | 2020-10-31 03:00:00


미국 재계와 금융계는 어떤 후보를 지지할까. 당초 증세론을 펼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바이든 후보에게 다소 기우는 분위기다. 미 비영리 정치감시단체 오픈시크리츠, CNN 등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바이든 후보는 뉴욕 월가 금융사에서 5110만 달러(약 587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트럼프 캠프는 5분의 1 수준인 1050만 달러만 모았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내로라하는 금융사들이 모두 바이든 캠프에 더 많은 돈을 후원했다.

바이든 후보가 법인세 인상, 탄소배출 감소 등 재계가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정책을 강조하는데도 월가의 지지를 받는 이유로는 ‘안정성’이 꼽힌다. 잦은 설화, 돌출 발언 등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바이든이 낫다는 의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부유세 도입 등 급진적 진보 정책을 주창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 등이 막판까지 바이든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바이든의 안정감이 부각됐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자문사 시그넘글로벌어드바이저의 찰스 마이어스 회장은 미 공영라디오 NPR에 “백악관이 무슨 일을 할지 몰라 장기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칼라일 사모펀드의 한 임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통령이 피고용자 신분이었다면 오래전에 해고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공화당의 전통적인 친기업 정책,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 증시가 호조를 보인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도 상당하다. 정보기술(IT)업계 거물인 워크데이(옛 피플소프트) 공동창업주 데이비드 더필드(120만 달러), 아폴로자산운용 공동창업자 마크 로언(100만 달러), 스타키보청기 창업자 빌 오스틴(100만 달러), 온라인 증권사 아메리트레이드의 조 리키츠 창업주(61만5000달러) 등은 모두 트럼프 재선 캠프에 거액을 지원했다.

일반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재계, 특히 미 IT 메카 실리콘밸리 내 ‘샤이 트럼프’ 지지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소수인종과 이민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이 내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바이든 집권 시 독과점 규제 등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 여성 및 소수자 인권 보호, 환경규제 강화 등이 예상되는 만큼 내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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