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힘/프레드 P. 혹버그 지음·최지희 옮김/358쪽·1만6800원·어크로스
정치인들은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 공장을 미국에 유치했다. 저자는 이것이 정치적 승리인지는 몰라도 이를 위해 폭스콘에 제공한 각종 금융, 세금 혜택을 따지면 위스콘신을 궁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Storms Media Group/Alamy Stock Photo
이 책은 자유무역이 가져다 준 보이지 않는 이익이 많다고 반박한다. 25년 동안 NAFTA가 동네북이 된 것은 오히려 정치인 탓이다. 그들은 ‘백인 남성 노동자’의 표심을 노리기 위해 선거철만 되면 NAFTA를 비난했다. 트럼프는 물론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도 예외는 아니다. ‘무역은 금기어가 아니다(Trade is not a four-letter word)’라고 역설하는 책은 정치적 수사(修辭)에서 벗어나 무역을 원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이 급격히 확대된 만큼 그 양상도 복잡해졌다. 경제적 인과관계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역에 관심이 없어 ‘포퓰리즘 샌드백’이 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책은 일반인이 갖기 쉬운 무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큰 그림을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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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로 넘어가면 일상에 작용하는 자유무역의 효과들이 펼쳐진다. 타코 샐러드, 자동차, 바나나, 아이폰, 교육,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통해서다. 멕시코 음식으로 여겨지는 타코 샐러드는 사실상 모든 재료를 미국산으로 만들 수 있다. 미국산 부품을 가장 많이 쓴 자동차는 놀랍게도 일본의 혼다 오디세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출한 차는 BMW SUV다. 또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아이폰, 교육 수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진지한 무역 상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존 F 케네디로 대표되는 미국이 번영했던 시절의 가치를 되새긴다. 자유로운 경쟁의 장에서 창의성을 통해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자연스레 평화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서술은 철저히 미국의 관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변화의 거센 물결에 관한 해답이 비난하는 정치인이 아닌 똑똑한 시민에게 있다는 것은 절실히 공감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