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거짓말의 거짓말’ 연정훈 이혼후 혼자 딸 양육 문화부기자役 ‘딸바보’ 아빠-속깊은 연인 모습 오가 ‘어른들 멜로’로 시청률 6.5% 찍어
채널A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에서 따뜻하고 정의감 넘치는 방송사 문화부 기자 강지민을 연기한 연정훈. 그는 “딸만 바라보며 열심히 사는 ‘불쌍한 남자’의 짠한 모습을 연기하려 했다”고 했다.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채널A 금·토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로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자 배우 연정훈(42)은 20일 수화기 너머에서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 임원, 냉혈한 검사 등 ‘센’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던 연정훈은 이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한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후 혼자 입양 딸을 키우는 방송사 문화부 기자 강지민 역을 맡은 그는 딸 우주(고나희) 앞에선 한없이 따뜻해지는 ‘딸 바보’, 어느 날 다가온 은수(이유리)에게는 상처를 보듬어주는 속 깊은 연인을 오갔다.
연정훈은 뻔한 멜로는 하고 싶지 않아 강한 캐릭터만 고집해왔지만 ‘거짓말의 거짓말’은 기존 멜로와는 달랐다고 했다. “서스펜스가 있고, 상처를 지닌 다 큰 어른들의 멜로였죠. ‘나이가 드니 이런 새로운 멜로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얼마 전 감독님, 작가님, 유리 씨와 식사를 했는데 유리 씨가 ‘나 멜로 체질인가 봐’ 하더군요. 하하.”
두 아이 아버지인 연정훈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정서가 부모의 자식 사랑이라는 것에 ‘정말 잘할 수 있겠다’ 싶어 주저 없이 출연했다. 드라마에서도 딸 우주를 향한 그의 부성애는 넘쳐흘렀다.
“연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부녀관계였어요. 평소 친구같이 딸을 대하는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희 양과 장난치는 장면은 대부분 애드리브예요. 우주가 별을 보며 ‘엄마 보고 싶다’고 하는 장면에서 포옹해주거나, 배를 간지럽히는 장면은 즉흥적이었죠.”
17년 지기라는 점은 이유리와 연인 사이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민과 은수가 마주 앉은 포장마차 신 촬영 때는 이유리가 연정훈을 “태영 씨”라고 불러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태영은 ‘노란손수건’에서 연정훈의 극중 이름이었다.
“유리가 저를 ‘동네 오빠’라 부를 정도로 친해요. 노란손수건 촬영 때 6개월간 부부로 지낸 호흡이 남아 있죠. 멜로를 두려워하던 유리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하다’고도 했는데 ‘괜찮다’며 다독이면서 합을 맞췄어요. 와이프(한가인)는 ‘멜로를 좀 더 보여줘도 됐을 텐데’라며 더 아쉬워했지요.”
“항상 최선의 모습, 최선의 연기, 최선의 피지컬(몸)을 대중에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예능에 출연하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못하고 실수하는 것도 제 모습이니까요.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보다 일상 연기가 가장 힘들거든요. 힘 빼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여유를 배워가고 있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