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송창식 송북’ 낸 재즈 보컬 말로
‘푸르른 날’ ‘선운사’ ‘사랑이야’ 등 송창식의 명곡을 말로의 절창과 편곡이 채색한다. ‘밀양 머슴 아리랑’은 보비 맥퍼린처럼 1인 아카펠라로 완성했다. 서울 서초구 ‘디바야누스’에서 만난 말로는 “사장돼선 안 될 귀한 옛 노래들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초일급수는 가수 송창식의 원곡들이고, 쏘가리는 국가대표 재즈 보컬 말로(본명 정수월·49)다. 그가 신작 ‘송창식 송북’(15일 발매)으로 가요사에 리메이크 명반 한 장을 추가했다. 송창식이 발표한 22개의 곡을 재즈로 재해석해 두 장의 CD에 담은 역작.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재즈 클럽 ‘디바야누스’에서 만난 말로는 “껍질만 벗긴 최고급 양파가 ‘맘대로 날 요리하세요’ 하고 부르는 듯했다. 송 선생의 명곡들을 삶아먹고 구워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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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왜 불러’ ‘고래 사냥’ ‘선운사’ ‘토함산’…. 유명한 곡일수록 변형하기가 어려웠어요. 한 곡 붙들고 두세 달 앓은 적도 있죠. 빛이 비칠 때까지 악보 보며 매달렸어요.”
말로의 신작 ‘송창식 송북’ 앨범 표지(위쪽 사진). 경기 하남시의 라이브 카페에서 최근 만난 말로(아래 사진 왼쪽)와 송창식. JNH뮤직·말로 SNS 캡처
“말로? 내가 알지. 노래 잘하는 가수 아니야. 아, 나야 좋지.”
살벌한 즉흥 스캣으로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로도 불리는 말로는 흔히 나윤선, 웅산과 함께 한국 3대 디바로도 꼽힌다. 물리학도 출신이다. 아마추어 통기타 가수를 하던 대학 시절, 카페에서 우연히 존 콜트레인을 듣고 “왕짜증이 나서 재즈에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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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불이 나 재즈가 뭔지 알아보자며 떠난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은 1년 만에 관두고 귀국했다. “이제 알았으니 빨리 해보자”는 심정.
1998년 1집을 낸 그의 전환점은 3집 ‘벚꽃 지다’(2003년). 한글 가사로 한국적 재즈를 탐험한 수작. ‘신라의 달밤’ ‘목포의 눈물’ 등을 재즈로 비튼 ‘동백 아가씨’(2010년) 앨범으로 ‘K-standards’ 시리즈를 시작했다. 2012년 ‘말로 싱즈 배호’ 이후 8년 만에 완성한 3탄이 ‘송창식 송북’인 셈이다.
“재즈 스탠더드란 사실 미국의 옛 노래잖아요. 한국의 엄마 아빠들이 듣던 구식 노래에도 진짜 좋은 감성이 많이 숨어 있어요.”
말로는 스스로 ‘국뽕’ 아닌 국지(局地)를 추구한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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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재즈 디바 고 박성연(올해 8월 별세)의 뒤를 이어 말로는 ‘디바야누스’의 운영을 5년째 맡고 있다. 만성 적자가 올해 초에야 해결되나 했더니 감염병 유행이 왔다.
“박 선생님은 야누스를 의인화해 딸처럼 여겼어요. ‘우리 야누스 생일’(11월 23일)이면 파티를 함께 열었죠. 병중에도 특유의 강인함으로 오래 활동해 주시리라 믿었는데….”
말로 밴드는 금주도, 다음 주도, 당분간 끝없이, 매주 수요일 공연한다. 이곳 디바야누스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