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방역비상’ 등산로 가보니 단풍객들 탄 버스부터 초만원… 산 오를때도 거리두기 안지켜져 당국 “기본 수칙 꼭 준수해달라”
18일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의 한 쉼터에서 등산객 10여 명이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쓰지 않은 채 모여 있다.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왕산 둘레길.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산을 찾은 한 초등학생이 갑자기 한쪽을 보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10여 명의 등산객 한 무리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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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1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단풍철 방역 집중 관리 기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뒤 첫 주말인 18일 등산로 풍경은 중대본 지침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 기간 등산객들은 △최소 1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단체 식사 및 뒤풀이 자제 등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관광용 전세버스 사업자는 탑승객 명단과 차내 행동수칙을 관리해야 하며, 전국 국립공원은 인파가 몰리는 주요 지점에 출입금지선을 설치한다.
이날 둘러본 현장은 일단 거리 두기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산 정상이나 전망대, 쉼터 등에선 빽빽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북한산 자락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등산객이 하산하는 시간인 오후 3∼7시엔 매장 내부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인 은평구의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도 인산인해였다. 등산객을 태운 버스들은 탑승 계단까지 사람을 가득 채운 채 정류장을 출발했다. 63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국립공원 주차장은 오전 10시경 이미 만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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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등산객은 산에서조차 강도 높은 방역 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등산객 강모 씨(28)는 “공단 측에서 일부 구역을 통제해서 오히려 다른 장소에 사람들이 몰리며 더 복잡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 1단계 조치 이후 활동의 행태가 변하고, 가을철 들어서 각종 여행 등 이동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체여행은 자제하고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지민구·김소민 기자 / 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