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때 18명 이웃 구한 구창식씨 포스코 청암재단 ‘히어로즈’ 선정 16일 직접 찾아가 장학금 전달 구씨 “더 어려운 이웃 위해 쓰겠다”
울산 주상복합 화재에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웃들을 구한 ‘2802호 가족’ 구창식 씨(가운데)와 부인 장현숙 씨(왼쪽), 아들 모선 씨가 11일 임시 숙소 로비에 앉아 있다. 포스코 청암재단은 14일 가장 구 씨를 ‘포스코 히어로즈’로 선정했다. 구 씨 측은 청암재단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을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울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18명의 구조에 기여했던 ‘2802호 의인’ 구창식 씨(51)가 포스코 청암재단이 선정한 ‘포스코 히어로즈(영웅)’로 선정됐다. 구 씨 측은 “받을지 말지 고민이 컸다”며 재단이 제공하는 장학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암재단은 “구 씨 가족은 위급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구해냈다.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기에 가족을 대표해 구 씨를 ‘포스코 히어로즈’로 뽑았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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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십 규정에 따라 구 씨의 대학생 딸이 장학금을 받게 됐지만, 구 씨 측은 이를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 씨의 부인 장현숙 씨(50)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장학금을 선뜻 받기가 망설여졌다”며 “처음엔 사양할까 했지만 그것도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받은 뒤에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의 결정에 장학금 대상자인 딸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장 씨는 “말을 꺼내자마자 딸이 당연하다는 듯 그러자고 했다. 앞으로도 혹시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인 지원이 올 경우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화재 당시 구 씨와 장 씨, 아들 모선 씨(25)는 28층 자택에서 대피하던 도중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 18명을 구하는 데 크고 작은 역할을 했다. 구 씨는 29층 테라스에서 아기를 안고 도움을 호소하는 임신부를 발견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맨몸으로 난간을 부수고 대피시켰다. 이 가족은 30층에서 뛰어내린 가족 4명을 이불 등을 펼쳐 받아내기도 했다. 27층과 33층 주민들이 고립된 사실도 현장 소방대에 알려 구조를 도왔다.
재단 관계자는 “구 씨 등은 화재 당시 불똥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며 “지상으로 내려와서도 병원보다 소방본부를 먼저 찾아 주민들의 구출 상태를 물어봤다고 한다. 살신성인의 희생정신과 사명감이 빛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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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