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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00m 달리기 준비는 끝났는데…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0-10-06 14:13:00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후보군을 빨리 키워내야 한다.”

이달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긴급 의원총회.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 등 최근 현안이 거론된 가운데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화두로 등장했다. 추석 민심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후보군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 의원은 “과거보다 지지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빨리 후보들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매력적인 지도자들이 붐을 일으켜야 당 지지율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적지 않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놓아도 승리할 수 있는 필승 카드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선거 결과에 따라 2022년 대통령 선거의 흐름까지 좌우할 수 있기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처다.


●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율 하락
최근 국민의힘의 서울지역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유권자 2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8일 발표한 9월 4주차 정당 지지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서울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0.0%를 기록했다. 9월 3주차 조사에서도 29.4%를 나타내 30% 안팎의 박스권에 묶인 모양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3.6%를 나타냈다. 전주보다 1.6%포인트 상승하며 두 당간 격차가 3.6%포인트로 커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5일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힘은 올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당 이름과 색깔, 로고를 모두 바꾸고 2년 만에 당사를 다시 여의도로 옮기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달 5일 새 당사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해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되찾아올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 위원장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내년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의원들 모두가 열심히 뛸 준비가 돼 있다”며 “당 지도부가 빨리 후보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당사까지 옮기면서 100m 달리기를 할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라며 “이제 후보만 인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행사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대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이들이 적잖다. 안 대표가 “(야권) 통합이나 연대는 아직 고민할 수준이 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인데다 이미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안 대표를 비판하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며 안 대표를 향해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기보다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입당하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안 대표가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8일 보궐선거 기획단을 구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기획단에서 후보 선출 방식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현재 경선은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되는데 내년 보궐선거의 경우 여론조사 비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민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V예능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국민 참여 비율을 높여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서울은 중도층이 20~40%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인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며 “여야 모두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와야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