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 집대성 최영성 교수 명창 64인 꼽아 예술세계 조명
‘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를 펴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무형유산학과 교수는 “한문학이나 국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 한문, 한시를 가까이해 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영성 교수 제공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무형유산학과 교수(58)가 동편제의 거장 김세종 명창(1825∼1898년 추정)을 소재로 지은 한시의 한 구절이다. 춘향가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김 명창의 소리를 춘향의 이름에서 따온 ‘봄 향기’로 표현한 것. 최 교수는 15일 발간되는 저서 ‘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에서 한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유학 2000년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유학통사’를 펴내고 한국 고대사상을 연구해 온 최 교수가 이번에는 300년 판소리사에 눈을 돌렸다. 18세기부터 활동해 온 명창 64인을 꼽아 관극시(觀劇詩)를 엮은 독특한 책을 낸 것.
‘주역’의 육십사괘(六十四卦)에서 착안해 명창 64인을 꼽았다. 활동 시기, 역사적 위상, 시재 등을 적절히 안배했다. 현재 활동하는 명창은 공연을 직접 보고, 세상을 떠난 명창들은 음반을 듣고 시를 지었다. 조선시대 명창들은 ‘조선창극사’(1940년) 등 문헌 자료를 참고했다. 64인에는 가수 수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도리화가’의 실제 주인공인 진채선(1847∼미상), 양반 출신으로 소리판에 뛰어들어 족적을 남긴 권삼득(1771∼1841),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제자를 기른 정응민(1896∼1964) 등이 포함돼 있다.
책은 최 교수가 64개 한시마다 명창의 예술세계 해설, 전공자들의 한시 감상평을 곁들여 한 세트로 묶었다. 대부분의 시는 일곱 글자씩 네 구절이 있는 7언 4구 방식을 택했다.
최 교수는 가야금의 백인영 명인(1945∼2012)을 기린 시를 가장 자신 있는 작품으로 꼽았다. ‘달밤에 가야금 타면 가던 기러기 다가올 듯(月夜彈絃回雁臨·월야탄현회안림) … 소나무 숲의 맑은 바람처럼 시끄러운 속을 확 씻어준다(松間淸風滌煩襟·송간청풍척번금).’ 최 교수는 “인간과 자연에도 울림을 줄 정도의 가야금 소리라는 점을 표현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아예 취소되거나 무관객 녹화 공연으로 겨우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 끝나고 국악의 흥을 찾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