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게놈 해독 앱 개발… USB 크기의 ‘미니온’ 장치 이용 LG 등 다양한 폰으로 분석 성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노포’가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USB 크기만 한 옥스퍼드 나노포어의 유전자 해독장치 ‘미니온’이 읽어낸 데이터를 분석해 30분 만에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을 해독한다. 가번의학연구소 제공
이라 데버슨 호주 가번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 ‘제노포’를 개발해 지난달 29일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LG와 노키아, 화웨이, 소니 등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데 평균 27분이 걸렸다”며 “소형 염기서열 해독 장비와 함께 사용하면 현장에서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역학 정보를 얻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차세대 유전자 해독 기술인 ‘나노포어 시퀀싱’을 이용해 바이러스 게놈의 염기서열을 읽어 들인 뒤 이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포어는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구멍에 DNA나 RNA를 통과시킨 뒤 염기서열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읽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기술이다. 장비 크기가 작은 데다 전력 소모도 적어 소형화에 유리하다. 영국 옥스퍼드 나노포어가 개발한 해독 장치 ‘미니온’은 크기가 보조기억매체(USB)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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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게놈을 조금씩 나눠 비교 분석한 후 나중에 이를 합쳐 스마트폰의 작은 용량에서도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면 기존에는 11.2GB(기가바이트)의 휘발성 메모리(RAM) 용량이 필요했지만 이 기술은 5분의 1 이하인 2GB면 충분했다.
속도는 빨라도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미니온과 제노포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9명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실험실에서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RNA 메틸화가 일어난 부분들을 모두 짚어내는 데 성공했다.
데버슨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을 추적할 때는 신속한 실시간 유전정보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기술 덕분에 곧 전 세계 과학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